안녕하세요. 20기에서 퍼스트와 연출을 진행한 서경모라고 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수많은 영화를 관객으로서 보며 감동하고 위로받았지만, 언젠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용히 간직해왔습니다.
그 시작점이 되어준 곳이 바로 텐시 아카데미였습니다.
처음 텐시를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였고, 지원하기까지 1년 가까이 고민했습니다. 오랜 직장생활애 지쳐 있었고 지금이 아니면 안될거란 생각에 안식년을 계기로 용기를 내어그렇게 20기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기수는 총 11명이었고, 저는 두 편의 영화에 각각 퍼스트(포커스 풀러)와 연출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이번 기회를 통해서야 ‘포커스 풀러’라는 역할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직접 해보며 포커스가 단순한 초점 조절을 넘어서 ‘감정의 흐름’을 책임지는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장에서 포커스가 계속 흔들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영화에서 초점 하나가 장면의 리듬과 몰입도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절실히 배웠습니다.
또 연출로 참여하면서는 머릿속 이미지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과정의 무게와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선정되기까지 수차례 수정과 고민을 반복하며 이야기를 ‘쓴다’는 것 자체의 의미와 힘을 깊이 실감했고, 연출자로서 매 장면마다 수많은 선택 앞에 서야 했던 시간들은 저를 완전히 다른 시선의 사람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런 제작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고 나니 ‘영화를 보는 눈’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관객의 입장에서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던 영화들이, 이제는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고민과 노력, 고충과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그 뒤에 숨겨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를 느끼게 됩니다.
수업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전 과정을 실제로 겪게 해주는 살아있는 교육이었습니다. 시나리오, 프리프로덕션, 촬영, 편집, 상영까지—모든 과정을 동기들과 함께 부딪히며 완성해갔고, 그 속에서 깊은 유대감과 진짜 팀워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던저희 기수가, 밤새고 고생하며 촬영을 함께 하다 보니 소중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4개월간의 긴여정 끝에 상영회에서 관객들과 함께 완성된 영화를 보는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뿌듯함, 벅참, 그리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욕망까지. 영화는 더 이상 나와 먼 예술이 아니라, 내 손으로 실현해본 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텐시에서 반드시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습니다.
텐시는 그저 ‘배우는 곳’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