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텐시 수업을 들었던 윤섬입니다. '10주 단편영화 제작' 클래스 5기에서 '진짜 사나이'를 연출했습니다.
저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텐시 수업을 알게 되어 참여했습니다. 텐시 수업을 돌아보면 '촬영한 일'과 '만났던 사람'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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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원철님 수업! 촬영 경험이 없었던 저는 원철님 수업을 들으며 백지에서 알아갔습니다. 영화 역사부터 촬영 기법과 샷 분류 같이 초보에게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주셨어요. 수업 시간에 실제 촬영에서 다루는 장비를 가지고 실습을 한 뒤, 촬영 현장에 나간 것도 좋았고요.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부터 붐마이크 각도를 잡는 것까지, 수업 시간에 미리 경험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엄청 헤맸을거에요ㅋㅋㅋ
텐시에서 만난 동기분들도 너어어어무 좋았어요. 나이도, 전공도, 관심사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같은 방향을 보며 달려가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처음 만난 날은 어색함 그 자체였지만 각자 흥미 있는 분야를 나누고 촬영 실습과 서로 쓴 시나리오를 돌려 보니 저절로 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날이 다가와서는 배우-사운드-촬영-미술까지 역할을 나눠서 맡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촬영을 준비하며 동기분들과 같이 머리를 모아 고민한 것도 기억나네요. 사전준비 과정에서 배우분들과 인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촬영 감독님과 콘티를 짜고, 조연출님과 장소 섭외를 했죠. 하나하나 말하기 힘든 과정이었지만, 촬영 전에 고생한 덕분인지 촬영 당일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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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쓴 시나리오를 연출했는데, 처음에 제가 감독이 된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마음이 제일 컸어요. 저는 촬영도 현장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촬영, 연기, 장비 등에 대해 제가 제일 몰랐지만, 그래서 원철님께 더 자주 질문을 하면서 준비한 것 같아요.
저는 두 번째 순서로 촬영을 했어요. 저보다 참희님 작품을 먼저 찍었거든요. 저는 참희님 작품에 조연출로 참여하면서 정말 많이 배운 덕분에 제 촬영에서 덜 고생한 것 같아요. 직접 현장을 경험하니 촬영에 나가면 어떤 것이 필요하고, 스탭들은 어떨 때 힘들고,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죠.
제 촬영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ㅋㅋ 촬영 다 끝내고 장비 정리하면서 원철님과 택시 안에서 나눈 대화만 기억나네요. 타석에 들어가서 방망이 한 번 못 휘두르고 루킹 삼진당한 기분이라고 한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아아아무것도 못 해보고 촬영이 끝났거든요. 제 나름대로 연출이나 배우 연기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사운드!"를 외치는 순간부터 멍-해지면서 뇌정지ㅋ 사전에 콘티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면 당일에 포기했을텐데... 부족한 작품이지만 저를 믿고 끝까지 버텨주신 배우와 스탭 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언젠가 연출을 하게 될 분을 위한 팁이 있다면... 촬영 때는 시간을 비워라?인 것 같네요. 저는 텐시 수업을 들을 때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고 연출을 맡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 촬영 일정이 잡힌 주에 과감히 일주일 휴가를 내버렸어요. 그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서 촬영을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연출을 맡으실 분들은 촬영 전 2~3일은 일정을 싹! 비우시는게 좋지 않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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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서는 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ㅜㅜ 제 작품 제가 찍어놓고, 편집을 못 했거든요.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도 서툴렀고, 회사 일로 시간도 잘 못 냈어요. 그래서 본인 작품인 것처럼 편집을 도와주신(=99.98% 해주신) 동기분들과 원철님 덕분에 부족한 영화가 빛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죄송했다고, 감사했다고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사랑해요 원철님;; 제 맘 아시죠?ㅎㅎㅎ)
상영회 날, 제가 연출한 작품을 큰 화면으로 보니 얼떨떨하더라고요. 내가 한 무언가가 저렇게 큰 화면에서 나오다니! 그동안 고생한 게 이 영상 하나로 다 보답받는 기분이었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혼자 몇 번씩 보면서, 언젠가 더 나은 작품에 도전해보겠다는 작은 의지도 생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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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시 수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은... 좋은 사람들과 촬영을 경험하고 싶은 분! 이런 분이라면 텐시 수업을 즐겁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사전지식 1도 없어도 되고요, 띨띨하고 비전공자인 제가 회사 다니면서 연출까지 해낸 걸 보면ㅋㅋㅋ 정말 아무나 다짜고짜 신청하셔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많은 가르침 주신 원철님, 작품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주신 동기 분들께 뒤늦게나마 감사했다고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 )